넬라, 넬, 가라넬

과거에 불리었던 이름들이 가끔 꿈에 등장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다시 한 번 지금의 이름으로 덮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괜한 행동이었나 싶기도 해 웃음만 나온다. 어차피 과거를 덮는다고 해도 좋은 일이 되진 않으니까.

나의 믿음대로 살다보니 깨닫게 된 건, 아직 난 어리다는 것과 내 믿음이 무조건 옳은 방향은 아니라는 것이다. 스물 넷의 나이에 이정도 깨달음이라면 꽤나 잘 컸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겠다.

하나 더 보아서 아직 내 마음에 따라 살고 있다는 증거도 이 글의 제멋대로 자기 할 말만 하는 문장들에게 있겠다. 참으로 이기적이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모아놓은 듯 한 개성적인 별 난 문장들의 재잘거림 때문에 어쩌면 머리가 아플 수도 있다. 바로 지금 읽고 있는 이 뜬금없는 문단의 문장들처럼.

부끄러운 서론은 이쯤 하고 풀다 만 내 이야기를 좀 더 풀어볼까 한다.

말을 그리 잘 하는 편은 아니라서 이런 식으로 털어놓은 글을 누군가 본다면, 상당히 부끄러워져 보지 말아달라고 애원할 것 같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내 얘기에 대해 같이 대화를 나눠보고 싶기도 할 거다. 누군가에게 털어놓기란 쉽지 않은 이야기이니.

‘넬라’와 ‘넬’은 내 어릴 적 애칭이다.

주로 가족들이 불러주었는데, 이젠 더이상 기억해 줄 사람이 없어 꿈 속에서만 가끔 듣는 정도다.

여전히 난 이 애칭들을 좋아한다. 내 이름 ‘가라넬’또한 변함 없는 소중한 추억이다. 이 이름들을 들을 때면 가슴 안쪽이 쿡쿡 쑤시는 것 같기도 하고, 찌잉하는 느낌이 드는 것도 같다. 코 끝도 살짝 찡 한 것 같기도 하고 지금은 또 심장이 쿵쿵 뛰는 게 너무 잘 느껴지는 답답함이 든다. 글로 써도 이 정도인데, 말로 하면 분명 말을 끝맺지 못하고 목이 턱 막혀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좋지 않은 느낌들에도, 가끔은 불리고 싶다. 과거에 빠져버리지 않으려고 했지만, 사랑하는 추억들을 놓아버리고 싶지도 않다. 그래도 다행인 건, 전에는 탄산수에 의지해서 현실을 보았지만, 지금은 굳이 탄산수가 없더라도 현실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탄산수가 없는 탄산수 소녀는 더이상 탄산수 소녀가 아니지만, 소중한 사람들이 생긴 지금은 더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물론, 불리고 싶다는 건 여전한 내 욕심이라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 애칭도 얘기해 보겠다. ‘다이아’라는 내 소중한 애칭!

귀엽고 사랑스럽고 예쁘고 아기자기 귀염귀염한 빤짝이 보물과 꼬옥 닮은 이 애칭은 정말 귀엽게도 잘생긴 마술사가 자기 이름과 어울리는 쪽으로 손수 지어준 소중한 것이다. 누가 이 글을 볼 수도 있으니 잘생기고 멋진 마술사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하도록 이름은 적지 않겠다. 하지만 힌트를 살짝 주자면, 정말 잘생겼다. 그리고 속임수가 정말 감쪽같다. 크게 속았었을 땐 얼마나 놀랐는지, 잠깐 의식을 잃었던 것도 같다. 엄청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지어준 애칭이니 더더욱 특별하다. 저세상에 가서도 기억할 것이다. 영원을 약속하는 어느 것들처럼 조금 섬뜩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진심이다.

한 가지 얘기할 뜬금없는 것이 있다. 내 지금 이름 ‘레나 도르벨’에 대해서다.

원래는 ‘가라넬’의 가면으로서 존재했던 이름인데, 어쩌다보니 가면이 아니라 내 모습들 중 하나로서 자리잡게 되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나였는데, 내가 멋대로 가면이라 확신했던 걸 수도 있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난 이런 쪽의 전문가가 아니니 더더욱 모른다. 어쩌면 이중인격이었던 걸 수도 있다. 그런 거 있지 않나, 밤과 낮에 성격이 달라지는 하나의 소녀 이야기라든가, 악과 선으로 분리되는 한 인간이라든가 하는 이야기들 말이다. 그런 이야기들이 있는데, 내가 그런 이야기들의 주인공들 같은 사람이 아니라고 어떻게 확신하겠나. 분명 나는 평범하지 않은 소녀일 것이다. 아니어도 좋으니까 상상해본다.

차분하게 글을 쓰는 건 역시 과거에나 어울리는 일 같다. 다이아는 그런 거 모르겠다. 어떻게 차분할 수가 있지? 여기까지 쓴 것만 해도 대단한 거다. 정말 대단해서 칭찬해 주고 싶다. 잘했어, 다이아! 하고 누군가 말해줘도 좋겠다. 특히 그 사람이면 제일 좋겠다. 하지만 그러려면 먼저 이 글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건 많이 부끄러울 것이다! 저 위의 칭찬들을 보아라. 얼마 적지 않았지만, 분명 잘생겼다고 노래를 부르고 있으니까, 생각만 해도 부끄럽다. 진실이라도 감정은 별개지! 이걸로 놀림을 받는다면 삐진 척이라도 해야겠다. 내 작은 복수를 받아라!

생각해보니, 이정도면 글을 꽤 잘 쓰는 게 아닌가 싶다. 당당하게 내밀 수 있는 글을 써서 이곳 저곳에 팔아보기도 해야겠다. 엽서 같은 걸 만드는 거다! 예쁜 그림에, 예쁜 글씨로, 예쁜 글을 쓰면 분명히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 일단 그에게 먼저 선물로 줘야겠다. 좋아해주면 좋겠다! 서프라이즈를 하기 위해서라도, 엽서를 주기 전까진 이 글을 절대로 안 보여 줄 것이다. 글 잘 쓴다고 자랑하고 싶어도 꾹 참아야겠다. 기다리는 건 또 내가 전문이니까 별 것도 아니다!

당장 엽서를 만들러 가봐야겠다. 글은 다음에 또 써야지!